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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이때

어머니에게 「윤희에게」를 봤다고 했다.

어머니 인생에는 쥰 같은 사람이 없었냐고 물었다. 답이 없었다.

일 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무응답을 떠올리며 홀로 앓는다.

나는 나에 대해서, 내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싶지만,

눈이 많이 내리던 홋카이도 여행 이후로 나는 계속 어머니가 어렵다.

턱을 괴고

긴 글 쓰는 게 진짜 힘들어졌다. 며칠 각을 세워 봐도 답이 안 나온다. 길게 쓸 수 없게 됐다기보다는 길게 쓰고 싶은 게 없어졌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왜 쓰고 싶은 게 없지? 뭐에 지쳐서 내놓지 못하지?

최근에 취했을 때

사람 인(人)의 형상이 서로 기대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라고 배웠다. 사람에게 의지해야 살아가는 존재가 사람이어서 그 모양이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최근에 취했을 때 그런 생각을 하며 술을 자셨다. 그렇지,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사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찌 사람이겠나. 해가 뜨면 뻔뻔스런 얼굴로 강하게 살아가고 땅거미가 깔릴 즈음 술을 찾으며 한숨을 내쉬는데, 혼자서 마시는 술이 맛이 없는 건 그 탓일 거라 여기며.

 

그날 그때, 새벽에만 스치던 우리들의 서글픔이 낮술의 기운을 빌려 또렷이 보였던 것만 같았다.

더 웨이 웨이 백

오늘 이야기하다가 문득 떠올랐던 영화.

나도 내가 거기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건 놀라웠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 사람과 관련된 오래된 것을 한 가지는 꼭 떠올리게 된다.

 

모든 사람들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을 한 가지씩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새로 만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즐거운지.

D 님은 최고야

이제 열두 시간 대화하는 것도 모자라서 나와 이틀을 만나(야 하)는 D 님.

"하루 더 볼까요?" 하는데 마음 너무 잘 맞아서 울었다. 진짜 24시간 내내 들어 봅시다.

D 님 만나고 오면 목이 쉬어서 하루 쉬고 봐야 하는 단점이 아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