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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하고는 한다. 나는 삶의 다양한 모습에 무지하다.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회사에 취직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도통 모른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 걸까요?" 하는 내 질문에 40대의 남(男) 팀장이 콧방귀를 끼면서 "넌 저들 월수입이 얼마일 것 같애? 이백? 삼백? 잘 봐 둬. 너보다 더 잘 버는 사람들이야." 하고 말했다. 그때 그의 손가락은 종로5가 뒷골목의 낡은 철물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가 떠올랐었다.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극중에서 담배를 끊임없이 태웠다. 입안이 얼마나 쓸까 걱정이 될 정도로 피워댔다. 나는 담배를 무는 것이 삶의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곡절 때문이다. 담배를 태우는 사람은 로또 단독 1등에 당첨되어도 일단 담배부터 한 대 물 것이다. 흔들리는 삶을 버티는 데 필요한 멀미약. 마이클 패스벤더의 삶은 끊임없이 너울거린다, 그가 지내는 카라반이 그렇듯이. 애초에 범죄자의 삶이 그렇겠지만.

 

영화의 끝에 다다를 때쯤 그가 입에 물었던 담배를 보안관에게 빼앗기는 신이 있다. 흔들리지 말라고 억지로 눌러두었던 삶의 문진(文鎭)이 타인에 의해 예고도 없이 훅 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그의 마음에 난 담뱃불만 한 구멍이 불이 꺼진 새까만 상태로 점점 커지는 게 눈에 띈다. 돌 틈에 박은 쐐기가 물을 먹고 불어나 돌을 가르듯, 타인의 침범이 자신의 절망을 먹으며 몸을 불리는 게 보인다. 영화는 그 돌덩이 같던 주인공의 마음이 기어이 쪼개지는지까지는 보여 주지 않는다.

 

둑의 안쪽은 출렁거리기에 작은 균열에도 쉬이 무너진다. 그처럼 산다는 건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항상 나를 침범하는 것에 기민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주말에 택시 운전사, 덩케르크와 같은 굵직한 영화를 두고 이런 소규모 영화를 함께 봐 준 J 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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